1. 서론: “약한 영웅”이라는 역설, 그 사회적 의의
『약한 영웅 Class 1』은 2022년 공개된 한국 드라마로, 원작 웹툰 《약한 영웅》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이 작품은 단순한 학원 액션물이 아닌, 폭력의 구조, 개인의 생존 전략, 청소년기의 고립감과 연대의 의미를 깊이 있게 조망한 사회적 드라마다. 전통적으로 '영웅'은 강력한 육체와 정의감을 지닌 존재로 묘사되어 왔다. 그러나 『약한 영웅 Class 1』은 지적 약자이자 사회적으로 고립된 인물이 어떻게 스스로를 지키고 주변을 변화시키는지를 통해, '영웅' 개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작품은 고등학생 연시은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육체적으로 약하지만 지능과 분석력으로 폭력에 저항하고, 점차 학교라는 미시사회의 권력구조와 마주하게 된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학교폭력의 실상과 사회의 방관, 그리고 청소년기의 윤리적 딜레마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본 글에서는 이 작품이 어떻게 약자의 시선에서 '정의'를 재구성하며, 오늘날 한국 사회와 교육 시스템에 던지는 비판적 메시지를 분석한다.
2. 본론
2.1 전통적 영웅상에 대한 도전: 지능형 생존자 ‘연시은’
연시은은 학업 성적 상위 1%에 해당하는 우등생이지만, 대인관계에는 극도로 소극적이며 고립된 존재이다. 그는 폭력과 감정적 충돌을 회피하려 노력하지만, 주변에서 시작된 갈등이 점차 그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결국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다.
이때 주목할 점은 연시은이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면서도, 지능과 전략, 공간 분석력 등을 통해 폭력에 대응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은 단순한 반격이 아니라, “어떻게 약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현실적 고찰이다. 그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학교 사회에서 비폭력적 방법 대신 ‘계산된 폭력’을 선택함으로써 생존을 꾀한다. 이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그의 내면에 심각한 외상과 정서적 고립을 남긴다.
📌 이 인물은 ‘정의로운 주먹’이 아니라, ‘냉정한 두뇌’를 가진 영웅이다. 그는 정의감보다도 생존과 복수의 논리로 움직이며, 이는 전통적 ‘영웅 서사’와는 다르다.
2.2 학교라는 사회적 축소판: 폭력, 방임, 권력구조
작품은 학교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압축한 공간으로 제시한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투쟁이다. 강한 자는 계속해서 강해지고, 약자는 침묵하거나 탈락한다.
- 교사들은 대부분 폭력을 방임하거나 회피하고, 일부는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가해자를 은연중에 두둔한다.
- 경찰이나 교육청 등 외부의 공적 기구는 형식적이고 사후적 대응에 머물며, 실질적인 보호는 기대하기 어렵다.
- 결국 청소년들은 스스로 ‘사적 정의’를 구현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된다.
이는 마치 어른 사회의 축소판이다. 강자에게 유리한 시스템, 방관하는 공권력, 감정이 아닌 논리가 지배하는 생존 경쟁. 『약한 영웅 Class 1』은 이처럼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과 정서적 단절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2.3 인물 관계를 통한 윤리적 스펙트럼의 구성
연시은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폭력과 정의, 생존을 해석한다. 이들 간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이나 갈등이 아니라, 청소년기 윤리의식과 현실 전략의 충돌을 보여주는 장치이다.
▷ 안수호: 힘과 도덕의 공존
수호는 연시은과는 반대로 육체적으로 강하고 즉각적 대응을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원칙에 따라 싸우며, 폭력을 쓰되 그것이 정당하다는 확신이 있다. 그의 존재는 시은의 냉정한 전략주의와 대조를 이루며, “힘이 있되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 오범석: 고립과 불안정의 상징
범석은 처음에는 친절하고 소심한 듯 보이지만, 상처받은 내면과 인정 욕구가 그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간다. 그는 연시은과 안수호의 관계 속에서 점점 더 소외되고, 결국 가장 충격적인 배신과 폭력의 주체가 된다. 그의 파괴는 정서적 방임과 공동체의 실패가 개인에게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가를 보여준다.
📌 세 인물은 “두뇌 - 근육 - 감정”이라는 축으로 구성되며, 청소년기의 정체성 위기와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2.4 폭력, 복수, 정의의 경계
『약한영웅 Class 1』은 폭력을 단순한 '악'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에서 폭력이 개인의 생존 수단이 되는 역설을 보여주며, 이를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 연시은은 정의감보다 생존 본능에 의해 폭력에 가담한다.
- 수호는 원칙적 폭력을 추구하지만, 그 한계 역시 명확하다.
- 범석은 비틀린 감정이 폭력으로 치환되는 비극의 전형이다.
결국 이 작품은 '정의란 무엇인가', '폭력을 통해 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가'라는 윤리적 딜레마를 관객에게 전가한다.
3. 결론: ‘약한 영웅’이 묻는 오늘의 윤리
『약한 영웅 Class 1』은 단지 청소년 드라마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한국 사회가 약자에게 어떤 생존 전략을 허용하고 있는가, 정의와 보호는 누구의 몫인가, 청소년기는 어떻게 사회의 구조적 폭력을 반영하는가에 대한 날카로운 사회적 질문이다.
이 작품은 “힘없는 자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희망보다는, 약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과 대가가 필요한가에 더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고, 냉정하며, 때로는 잔인하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이 작품은 청소년기 폭력과 고립, 그리고 정의에 대한 깊은 고민을 불러일으킨다.